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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야기/모든 요일의 기록

좋아하는 시와 몇가지 구절, 그리고 이야기








작자 미상 

봄을 닮은 사람인줄 알았는데 
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줄 알았는데 
또 이렇게 니 생각이 나는 걸 보면 
너는 여름이었나 
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 
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 
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 

 



메리제인 요코하마 / 황병승 



메리제인. 
우리는 요코하마에 가본 적이 없지 
누구보다 요코하마를 잘 알기 때문에 

메리제인. 가슴은 어딨니 

우리는 뱃속에서부터 블루스를 배웠고 
누구보다 빨리 블루스를 익혔지 
요코하마의 거지들처럼. 
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 

메리제인. 너는 걸었지 

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, 
항구의 불빛이 너의 머리색을 
다르게 바꾸어놓을 때까지 

우리는 어느 해보다 자주 웃었고 
누구보다 불행에 관한 한 열성적이었다고 
메리제인. 말했지 

빨고 만지고 핥아도 
우리를 기억하는 건 우리겠니? 

슬픔이 지나간 얼굴로 
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 

메리제인. 요코하마 




나는 연필이었고,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.

당신의 마음에 좋아해요, 라고 쓰고 싶었지.



2줄 남짓한 문장만으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낸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, 라고 이 문장을 보고 느꼈다.

사람의 감정과 은유의 절묘함.





 - 가치란 사회적인 맥락에서 성립하는 것.


 - 오늘 날의 연약함은 매우 강한 권력을 지닌다.


 

- 미움받을 용기 中 -





책을 읽다 보면 작가들의 통찰력이 드러나는 글과 문장들을 볼때 감동받는 때가 종종 있다.

정말로 단 한줄의 문장인데도 그 안에서 사회에 대한, 혹은 또 다른 주제에 대한 통찰과 날카로운 감각이 보이는 느낌?

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애매모호함을 정리해주는 기분이라 속이 시원해진다.

특히나 그것을 느꼈던 것이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, 리스본행 야간열차.


페이지마다 그런 통찰이 압축되어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메모하다가 그만두고 책을 사야겠다, 라고 마음먹게 되었던 게 

어렴풋이 기억이 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