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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야기/모든 요일의 기록

나희덕 / 석류


석류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나희덕

 

 

 

  석류 몇알을 두고도 열 엄두를 못 내었다

뒤늦게 석류를 쪼갠다
도무지 열리지 않는 門처럼
앙다문 이빨로 꽉 찬,
핏빛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
네 마음과도 같은
석류를

그 굳은 껍질을 벗기며
나는 보이지 않는 너를 향해 중얼거린다

입을 열어봐
내 입속의 말을 줄게
새의 혀처럼 보이지 않는 말을
그러니 입을 열어봐
조금은 쓰기도 하고 붉기도 한 너의 울음이
내 혀를 적시도록
뒤늦게,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게